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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참사' 100일…실종자 기다리듯 추모 공간 여전

송고시간2019-09-0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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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검찰, 가해 크루즈 선장 구속 연장하며 수사 지속

남은 실종자 수색 및 책임 소재 규명 등 과제 남아

머르기트 다리 밑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머르기트 다리 밑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부다페스트=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5월 29일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 승무원 등 35명이 탑승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는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 호에 부딪힌 뒤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019.9.6. [헝가리한인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6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밑.

한국인 관광객 수십 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이들을 추모하는 꽃과 초는 자리를 지키며 남은 실종자를 기다리고 있다.

부다페스트의 한 교민은 이곳을 찾는 추모객 수가 참사 직후만큼 많지 않고 충격과 슬픔에 힘겨워했던 현지 사람들도 하나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추모 공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알렸다.

사고 여파인지 최근 다뉴브강을 오가는 선박의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배들도 일렬로 다니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부다페스트 야경 투어 나섰다 참변…한국인 25명 사망·1명 실종

지난 5월 29일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는 야경 투어를 나선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33명을 태우고 다뉴브강 선착장을 출발했다.

당시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강의 수위는 한껏 높아졌지만 유람선은 짜인 일정에 맞춰 투어에 나섰다.

그러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갓 출발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 호에 후미를 들이받혔다.

이 사고로 파손된 허블레아니 호가 완전히 가라앉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초.

조난 신호를 보낼 여유조차 없는 짧은 시간에 한국인 25명이 숨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사고 이튿날 신속 대응팀을 현지로 급파, 헝가리 당국과 함께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작업 초반 실종자 시신을 잇달아 수습하고 침몰 13일 만인 6월 11일 허블레아니 호가 인양되면서 수색 결과에 일말의 희망을 품었으나 모든 실종자를 찾지는 못했다.

허블레아니 호에 함께 탑승했던 헝가리인 선장과 선원도 이번 사고로 숨져 참사 44일 만인 7월 12일 이들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얼굴 가린 헝가리 유람선 사고 '가해 선박' 선장
얼굴 가린 헝가리 유람선 사고 '가해 선박' 선장

(서울=연합뉴스)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의 '가해 선박' 선장 유리 차플린스키가 6월 13일(현지시간) 얼굴을 가린 채 헝가리 법원 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이날 유리 선장은 보석금 1천500만 포린트(약 6천200만원)를 납부하고 석방됐다. 2019.6.14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헝가리 검찰, 구속 기간 연장하며 수사…선장은 혐의 부인

헝가리 검찰은 사건 직후 바이킹 시긴 호의 유리 C. 선장을 체포해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목격자 증언과 무선 통신 내용, 사진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선장은 사고 이튿날 구금됐으나 6월 13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검찰의 항소와 비상항고로 결국 지난 7월 31일 구속됐다.

유리 C. 선장은 과실치사뿐 아니라 사고 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 즉 뺑소니 혐의도 받고 있다.

현지 매체 '리포스트'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전문가들은 유리 C. 선장이 비좁은 머르기트 교각 사이를 통과하려고 할 때 선박의 속도를 낮추지 않았으며 이를 허블레아니 호에 알리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머르기트 교각 사이는 선박 두 척이 지나다니기 여의치 않은 만큼 유리 C. 선장이 다른 선박 등 주변 상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헝가리에서 65년 만에 최악의 선박 사고를 낸 선장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헝가리 법원은 지난달 31일 유리 C. 선장의 구속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했다.

주헝가리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헝가리에서는) 통상 한 달 단위로 구속 기간이 연장된다"며 "첫 번째 구속 당시와 동일하게 이번에도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주된 연장 사유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지선 오르는 우리 신속대응팀 대원들
바지선 오르는 우리 신속대응팀 대원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6월 11일(현지시간)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 과정에서 선체 수색을 담당할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정박 중인 바지선에 오르고 있다. 2019.6.11
superdoo82@yna.co.kr

◇ 남은 실종자는 언제쯤…사고 원인·책임 소재 규명 남아

머나먼 타국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가 발생한 지 석 달여가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정부의 신속 대응팀은 두 달간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 7월 30일 현지에서 철수했고, 헝가리 경찰도 지난달 19일부터 일상적 수준의 수색 활동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실종된 40대 한국인 여성 한 명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당시 여행사인 '참좋은여행'은 주헝가리한국대사관을 통해 사례금 100만 포린트(약 400만원)를 제시하며 실종자 찾기에 나섰지만 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도 남은 과제다.

왜 이러한 참사가 벌어졌는지, 그리고 누구의 책임인지를 밝히지 못하면 사고 수습을 완료했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주헝가리한국대사관은 "헝가리도 우리나라처럼 수사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지 않아 자세한 수사 상황을 대사관에 알려주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변호사를 통해서만 사건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은 사건 초기부터 헝가리 내무부와 경찰청, 검찰청 고위 인사를 면담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사고 책임자가) 기소돼서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머르기트 다리 밑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머르기트 다리 밑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부다페스트=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5월 29일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 승무원 등 35명이 탑승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는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 호에 부딪힌 뒤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019.9.6. [헝가리한인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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